동굴괴물만큼 무서운 건 암흑 속에 지워진 우정
공포는 어떻게 유발되는가. 쏟아지는 공포 영화를 보면서 공포를 유발하려는 목적이 똑같다고 해서 그 내용이나 표현방식까지 썩 다르지 않은, 국적을 초월한 상상력의 한계에 한숨이 나올 지경에서 만난 '디센트'는 적어도 형식면에서 꽤 새로운 공포 영화다.
1년 전, 친구들과 함께 떠난 가족여행에서 교통사고로 남편과 딸을 모두 잃은 사라(쇼나 맥도날드). 친구 주노(나탈리 잭슨 멘도자)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라를 깊은 산속으로 초대한다. 모험을 좋아하는 주노의 주도로 사라를 포함한 여자친구 6명은 동굴 탐험 여행을 떠난다. 주노는 사라가 상처를 극복하길 바라며 도와주려 한다. 서로 속을 털어놓고 의지하는 친구 사이.
하지만 주노의 길 안내에 따라 들어간 그 동굴에서 여행의 즐거움은 잠시. 사고로 동굴의 입구가 막힌다. 알고 보니 자신들이 간 동굴은 미리 계획했던 곳이 아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 모험을 좋아하는 주노가 무모하게 선택한 곳이다.
출구를 찾아 헤매는 이 여섯 명 앞에 설상가상 괴생물체까지 나타난다.
이 영화는 '동굴' 그 자체의 특성을 공포를 유발하는 장치로 최대한 활용한다. 출구가 보이고 그곳이 어딘지 알 때는 알 수 없을 아늑함과 어떤 신비함까지 안겨주는 곳이 동굴이지만 어디로 나갈지 모를 때에는 신비함의 요소인 그 어두움이 공포 요소로 돌변한다. 거기에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괴생물체까지 있다면!
한 분위기의 동굴에 주인공들이 들어갈 때부터 보는 이의 신경은 곤두선다. '왜 굳이 저런 델 들어가려고 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말리고 싶어진다. 하긴 굳이 이런 영화를 보는 관객도 있으니(^^).
동굴에 들어가서도 영화는 정체 모를 괴생물체의 흔적을 계속 보여준다. 사람 한 명 빠져나가기도 힘든 동굴. 출구를 찾아야만 사는데 괴생물체까지 점점 위협해오니 이들이 살아나갈 길은 없어보인다.
요즘 영화로는 드물게 컴퓨터 그래픽을 배제하고도 사람 감각의 약점을 꿰뚫는 듯한 연출로 공포감을 잔뜩 배가시킨다. 특히 폐소공포증이 있는 이라면 아예 안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폐소공포증이 없는 사람도 이 영화를 보면 폐소공포증이 생길 지경이다.
공포증을 확실히 자극하는 무서운 영화지만 공포를 유발하는 스토리의 밀도는 후반부에 조금 느슨해 진다.
주인공들이 동굴에 들어가기 전 하는 "난 망할 툼 레이더가 아니야"라는 언급을 일부러 거스르기라도 하듯 주인공들은 어느새 툼 레이더가 돼 있다. 괴생물체의 위력은 그 외모에 비해선 별거 아니다. 아, 그러나 숫자가 많다. 그리고 동굴 안에서 어쩔 수 없이 절박한 생존의 욕구에 툼 레이더가 된 이들은 우정도 이성도 상실한다.
여섯 명의 여자와 위기 상황. 영화는 이들 사이의 긴장선과 우정을 밀도 있게 다룰 법도 하지만 관계의 긴장엔 별다른 관심이 없는 듯하다. 감독은 사라와 주노의 관계에 숨어 있던 긴장 요소를 들추며 사라의 감정 변화를 보여주지만 그렇다곤 해도 사라의 행동과 대사를 모두 공감하기에 과하다 싶다.
과연 누가 살아남을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영화의 결말은 또 다른 화젯거리. 관객이 당연히 예상하는 결말과 또 다른 결말이 나란히 등장한다. 선택은 관객의 몫? 아무래도 늦게 나오는 결말이 감독의 선택이겠지? 5일 개봉.
http://www.busanilbo.com/news2000/html/2007/0628/0L0020070628.10430817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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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선 기대되는 영화중 하나다.
사실 디센트라는 이름은 낯설지가 않은데.. 오래전 게임 이름부터 시작해서...
아무튼.. !! 더위를 날려줄만한 멋진 영화였으면 좋겠다.